3류 관광엽서사진관

2011년 10월 4일 애플의 미디어 이벤트는 크게 세 가지를 선보였다.

1. iOS 5 + iCloud + iTunes Match 서비스, 그리고 보너스로 Cards 앱

2. iPod Nano/Touch + 아이폰 4S

3. Siri

1의 핵심적인 내용은 이미 6월의 WWDC에서 선 보였기 때문에, 그다지 신선하지 않았다.

많은 사람의 관심을 모은 것은 새로 발매될 아이폰이었지만, 예상을 뛰어넘는 그 무엇은 아니었다. 일단 아이폰 4와 동일한 외관의 제품이 출시되었다.

이미 어느 정도 언론에 흘려 나왔기 때문에 충격은 덜 했고, 그리고 어느 정도는 잡스가 프리젠테이션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Siri는 탁월한 능력에 비해서 평가 절하되는 분위기가 있다. 게다가 영어를 사용하지 않는 한국에서야.

그리고, 오늘의 발표와 반응은 새롭지 않다. 오히려 낯이 익다.

가. iPod의 성공과 애플의 전략
 
이번 미디어 이벤트가 열리기 직전 마이크로소프트는 자사의 쥰(Zune) MP3 플레이어의 판매 중단을 발표했다. 그리고, 미디어 이벤트에서 애플은 아이팟의 누적 판매량이 3억대를 넘었다고 밝혔다. 아이팟은 기능에 따라 시장 가격을 세분화하며, 시장 규모도 키우고, 시장도 장악한 대표적인 사례이다.

2001년 가을 애플은 아이팟 (현재는 아이팟 클래식)을 최초로 출시한다. 5G/10G의 하드디스크를 채택했고, 맥하고만 통신이 되었다. 가격은 각각 399달러와 499달러였다. 윈도우즈와 통신이 되는 2세대 버전은 2002년 출시되었고, 용량은 커졌지만 가격은 유지했다. 아이팟 클래식은 3-400 달러의 가격표가 붙은 40기가 이상의 대용량 MP3 플레이어 제품군으로 자리 잡는다.

그래프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아이팟 판매가 유의미한 정도로 증가하기 시작하는 것은 보다 저렴하고 휴대가 가능한 미니(이후 나노)가 출시된 2004년 이후에서다. 즉 중저가 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입하고 안착하면서 아이팟의 신화가 만들어진다.

출처: 위키피디아. (애플 분기별 사업보고서), 1분기는 연말을 포함하므로 판매량이 높다.

미니는 2004년 4기가 버전(249달러)이 출시되고, 나노는 후속 모델로 2005년 1, 2, 4기가 버전이 출시된다. 지금까지 1기가부터 8기가 버전까지 다양한 출시되었지만, 기본적으로 나노는 아이팟 클래식의 용량을 침범하지 않는 4-8-16기가를 유지하면서, 200-300달러의 가격이  최근에는 150-200달러 선으로 재조정되었다.

셔플은 2005년 처음 출시되었으며, 1기가 이하의 용량과 함께 가격은 100달러 이하로 책정되었다. 지금은 용량이 다소 늘기는 했지만, 나노의 용량과 겹치지 않으며 가격은 50달러 이하이다.

터치는 2007년 처음 출시되었으며, 8기가 버전이 299달러였다. 2011년 모델은 같은 용량의 엔트리 모델이 199달러 낮아졌다.

애플은 대용량의 고가 제품을 먼저 출시하고, 점차 성능(또는 용량)과 가격을 낮춘 제품을 출시하면서 다른 제품군과 겹치지 않는 전략을 사용하며 시장의 다양한 수요를 충족시키면서 MP3 플레이어 시장을 장악해왔다.

그와 동시에 동일한 제품군의 경우 새로운 버전을 출시하면서 용량을 늘려나가고 가격은 유지하는 한편, 구 버전의 가격은 낮추어 판매하면서 서로 시장을 침범하지 않도록 하는 전략도 같이 구사했다.

나. 아이폰 3GS, 4, 4S, 그리고 아이팟 터치

이번 발표에서 주목할 만한 점은 통신사 약정이 결합되어야 하지만, 아이폰 3GS(8G)는 무료, 아이폰 4(8G)는 99달러로 가격이 내려가고, 아이폰 4S(16G)는 이전과 동일한 199달러 책정되었다는 점이다. 즉, 아이팟에서의 전략과 마찬가지로, 아이폰 3GS의 가격장벽을 없애버리고, 아이폰 4의 가격은 낮추면서 시장의 크기 자체를 키우겠다는 것이다. 

아이팟의 경우 성능(용량)과 가격을 겹치지 않도록 시장을 세분화 한 것처럼, 아이폰의 경우에도 카메라, 자이로, CPU 성능 등을 서로 다르게 나누어 놓음으로써 성능과 가격에 따라 시장도 세분화하는 동시에 확장시키겠다는 전략으로 봐야 한다.

그리고, 아이팟 터치를 보자. 아이팟 터치의 엔트리 모델은 199달러로 가격이 낮아졌다. 위 그래프에서 알 수 있듯이 아이팟의 매출은 감소하고 있다. 이것은 애플의 시장 점유율이 줄어드는 것이 아니라, 시장 크기가 더 이상 커지지 않는 문제이다. 이에 대한 애플의 대답은 아이팟 터치의 가격을 낮추는 것이었다. 

아이팟 터치는 휴대전화용 네트워크를 사용할 수 없고, 위치정보를 활용하지 못할 뿐이지, iOS 5를 기반으로하는 기능 면에서 아이폰 제품군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아이팟 터치의 가격할인은 아직 피쳐 폰을 사용할 수 밖에 없거나, 스마트폰의 통신요금을 감당할 수 없는 소득군에게 매력적인 제품이 될 수 있다. 그리고 이는 iOS의 사용경험, 애플 제품의 사용 경험의 연장이 된다. 이들은 잠재적인 아이폰/아이패드 구매고객이 될 것이다.

프리젠테이션 초반에 애플이 전체 시장의 5%를 차지하고 있으며, 앞으로 더 나아가야할 것이 크다고 말한 것은 스마트폰 시장을 대상으로 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 스마트폰 시장 자체를 키우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야할 것이다.

그렇다면 아이폰 4S의 하드웨어 성능이 많이 떨어질까? 아이폰 3GS가 처음 나왔을 때도 외관의 변화가 없었기 때문에 평이 대부분 좋지 않았지만, 기가막히게 빨라졌다는 그것 하나만으로 시장의 평가는 달라지기 시작했다. 3GS의 약정기간이 끝나는 사람에게 4S의 하드웨어 변화는 체감할 만한 수준이다. 또한 iPhone 4S는 하나의 모델로 GSM과 CDMA 통신사 모두에서 2G/3G를 모두 사용할 수 있도록 출시되었다. 마치 맥과 윈도우즈 모두에서 사용가능한 아이팟이 나왔던 것처럼.

현재의 문제는 하드웨어가 빠르게 발전하고 있는 스마트폰 시장에서 2년전 모델인 3GS나 경쟁모델과 비교하여 눈에 띄는 장점이 보이지 않는 아이폰 4/4S가 성공할 수 있겠냐이다. 

이에 대한 애플의 해답은 소프트웨어, 즉 최신의 OS인 iOS 5가 3GS에서까지 구동되도록 한 점에서 찾아야 한다. 당장 통신사의 약정이 만료되는 아이폰 3GS 구매자들이 아이폰 4S에 불만족하여 차기 버전을 기다리겠다는 것도 최신 iOS를 지원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경쟁제품과 하드웨어 상의 차이가 크지 않더라도, 적어도 2년 이상은 최신의 OS를 계속 사용할 수 있다는 신호가 된다. 

현재, 안드로이드 진영은 새로은 사양과 새로운 OS를 이야기할 뿐이다. 버전에 관계없이 시장에 판매 중인 모든 사양의 스마트폰에 대해 동일한 소프트웨어 환경을 제공하는 것은 아이폰이 유일하다. 

그리고 iCloud 서비스를 결합시켰다. 우리는 클라우드 서비스의 핵심이 저장 용량인 것처럼 말한다. 마치 스마트폰의 핵심을 하드웨어 사양만으로 생각하는 것처럼. 그것은 웹하드로 이미 충분하다. 아마존이 서비스하는 dropbox를 생각해보자. dropbox는 저장공간인 동시에 작업공간이다. dropbox 자체 애플리케이션 뿐만 아니라 타사의 전문 애플리케이션을 통해서도 문서 작업이 가능하고, 파일 싱크를 해서 문서를 읽을 수 있다. iCloud는 그 서비스를 OS에 결합시키겠다는 것이다. 

만약 이런 전략이 안 먹힌다면? 아마, 11월 쯤에 아이폰 3GS나 아이폰 4의 가격 하락이 있거나, 저장공간 증가 등이 있을 것이다. 

다. Siri

주목할 만한 기술적 성취는 Siri였다. 베타 버전이라 과연 어느 정도의 능력을 가질지는 실제 나와 봐야 알겠지만, 애플의 모토가 "잘 굴러간다(It works)"인 것처럼, "본부! 본부!" 수준의 음성 인식 기능 수준을 선보이지 않았다. 

Siri의 가능성을 잘 보여준 것은 다음의 대화(!)였다. "오늘 우비가 필요할까(Do I need a raincoat today)?" "물론, 비가 올 것 같은데(It sure looks like rain today)." 

이런 기능이 당장 활용될 수 있는 부분은 Smart TV라고 본다. TV를 보다 말고 화면으로 달려나가 터치를 한다든지, TV 화면이 하나 더 있거나 아니면 다 누르기도 힘들 버튼의 리모콘을 누를 필요 없이, 음성으로 간단한 명령을 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나영이 나오는 드라마가 몇 시에 하지?" "예약 해놔." "이나영의 다른 출연작이 뭐가 있어?" "아는 여자하고 네멋대로 해라 구매해놔." "재생은 이번 주 일요일 두시 부터." "이나영이 지금 입고 있는 옷이 뭐지?" "살래."

우리는 HAL의 고조할아버지를 보고 있는지 모른다. 만약 잡스가 있었다면 수 많은 awesome, fancinating으로 이루어진 현실 왜곡장으로 마치 HAL을 직접 보고 있는 것으로 만들었을 수도 있다. 그라면 2007년 구글 맵을 켜고 스타벅스에 커피를 주문할 때 만큼의 쇼를 보여주었을 수도 있다. 아쉽기는 하지만, 꼭 필요한 것은 아니다.

p.s. 삼성의 특허 소송이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견해가 있는데, 다음 주 네덜란드 판결을 봐야 확실해지겠지만, 표준 특허를 들고 판매 금지까지 요청한 것은 강박 문제(hold-up problem)로 비판받을 수 있고, 이는 반독점 위반으로 이어질 수 있다. 애플은 변론 과정에서 이를 지적한 바 있다. 한국 인터넷의 여론은 특허이므로 특허권자의 독점적 이윤 수취에 초점을 맞추는데, 표준이라는 데 초점을 맞추면, 특허권의 남용이 될 수도 있다. 즉, 삼성이 역풍을 맞을 수도 있는 사안이다. 이에 대해서는 나중에.